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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3, Springdale/도발적인 생각

6년 전 3월 13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

시민쾌걸 - 21세기 정치변동론: 김진태 作, 2004년 3월 13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가 일어났던 2004년 3월 13일은 내가 미국으로 이민온지 2년이 조금 넘었을 때였다.  어리고 정치에 미숙한 고등학생에 입장에서 나는 노무현의 반미정책, 그리고 실용적으로 한미외교를 동시에 해나가는 것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노무현이라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낄 수 있었고, 또 그로인해 고국이 더욱 더 그리워지기도 했다.  노무현의 정치적 업적의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그는 나에게있어 스스로를 한국인이라고 느낄 수 있는 정체성을 마련해준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가 너무도 보고싶다.

나는 스스로를 좌빨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우익이라고도 생각한다.  좌빨은 말그대로 악질 좌익을 말하는 것인데, 어쨌든 한국의 정치를 간접적으로 보고있자면 나는 양쪽 다에 해당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국가의 원수가 좌익계이든 우익계이든 한가지 주지해야할 사실이 있다.  해당 국가가 민주주의로 돌아가는 나라라면, 적어도 대통령의 입지적 권한은 보장되어야한다.  그리고, 그 대통령의 입지적 권한을 입법부의 투표로 중간 검증을 할 수 있다면, 그 입법부에서는 모든 국회의원들이 똑같은 투표권을 가져야한다.

나는 노무현을 좋아했지만, 그가 당했던 탄핵에 대해서 만약, 비록 국민들에게 신뢰받지는 못한다고는 하지만 헌법상 국민의 대표들이, 모든 국회의원들이 투표에 참여했고, 자신의 의지로 기권을 표명해서 나온 투표의 결과로 탄핵이 이루어졌다면, 아무런 불만은 없다. 아니,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게 되었으니 불만도 있겠고, 행정부의 원수가 권한이 정지된다는 점에서 불안도 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것은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유권자 분들께서 국민을 대표하라고 뽑으신 국회의원 분들께서 만든 결과이니 어쩔 수 없는 것.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는 당시 정치적으로 미숙했던 나에게 있어 커다란 충격이었다.  더군다나, 같은 날에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어났기 때문에 노무현 건은 국제적으로는 아주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좌익이든 우익이든 뜻과 방법이 다를 뿐, 정치 인사라면 하나같이 나라를 잘 이끌어가려는 직업적인 목적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목적을 망각한 채 자신들 만의 이익을 챙기려는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을 욕하고는 한다.  그래서, 나는 정치인들과 관리를 평가하고는 하지만, 그들의 방식에 대해 평가할 뿐이다.  만약, 비리를 안 만들었다면 인간적으로는 깨끗하다.  그가 정치적으로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그를 정치적으로 비난할지언정 다른 부분에 대한 공격을 하면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결국 노무현은 실패한 정치를 한 것 같다.  나 자신의 주관적인 의견으로는 그가 이룬 업적들이 엄청나다는 생각을 하지만, 오늘도 '객관성' 을 강조하는 조중동을 포함한 여러 언론들은 기회가 생길때 마다 참여정부를 헐뜯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노무현은 자신의 입지가 너무 좁았다.  아니, 입지가 좁았기 때문에 그런 업적들을 세웠는지도 모른다.  기득권의 세력을 대표하여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올랐다면 과연 그가 현재의 정부와 다른 점이 있었을까?

마지막으로 추가하자면, 나는 현재 정부에 대해 - 적어도 지금은 - 별로 반감은 없다.  물론 인간적으로는 노무현이 이명박보다는 청렴한 것 같지만, 청렴성이 대통령 선출의 한 잣대가 되더라도, 가장 크게 작용해서는 안된다.  카터는 도덕 정치를 표방해서 대통령이 되었고, 지금도 좋은 평을 듣지만, 적어도 경제나 정치쪽으로 그가 한 일들은 지금도 별로 칭찬받지는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노무현을 까던 사람들은 개쌍도종자라는 말을 들었고, 현재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를 까는 사람들은 전라디언이니 홍어니 하는 소리를 듣고 있다.  내가 보기엔 거기서 거기다.  단순히 전라도 출신이라고 해서 이명박을 까는 것도 아니고, 경상도라고 해서 노무현을 까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이를 지역감정이라는 말 속에서 자신들을 합리화 시키고는 한다.  내가 보기엔 똑같은 사람들이 노무현을 까다가 단순히 이명박을 타겟으로 바꿨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결국 깔 무언가가 필요한 것.

이런 의미에서 과거의 어떤 나라들이나 지금이나 정치의 체제는 바뀐 것이 없다.  민주정이나 공화정, 왕정, 제정, 군주정, 입헌군주정등 여러가지 형태의 정치 제도가 존재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단 한가지 바뀐 것이 있다면, 여러가지 정책들로 인해 조금은 교육의 기회를 받은 서민들이 정치인들의 단점만을 파악하는 법을 배웠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왔다, 정치라는 일은 원래 잘해도 별로 관심받지 못하고, 못하면 엄청나게 욕을 먹는다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노무현을 죽였고, 지금에 와서는 이명박을 죽이려고 한다.

누군가를 까기 위해서 까는 사람은 그저 까기만 할 뿐이다.
자기 자신이 하는 행동의 의미도 모르면서.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조종당했다는 자각 없이 역시 이유도 모르고 따라서 까는 잉여들은 정말 답이 없다.

謹弔、노무현 대통령님 보고싶습니다

원문 주소: http://konayuki.kr/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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