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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3, Springdale/다르게 바라보기

동방신기가 안되면 토호신키로 남아주세요

준수, 유천, 재중, 창민, 윤호

동방신기를 정확히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Rising Sun을 공연하던 2집 시절이 아니었나 싶은데, 나는 그 때 나와 나이가 비슷한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이 아이돌 그룹의 현란한 댄스에 나도 모르게 경외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 뒤에 나온 것들도 대부분 좋은 노래가 많았고, 심지어는 그 전에 나온 1집의 음악까지 찾아볼 정도로 동방신기에 관심이 생겼을 무렵, 동방신기는 일본에서 크고 작은 성공들을 거두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처음 들었던 동방신기의 일본어 노래 - どうして君を好きになって好きになってしまったんだろう - 는 원래 일본 문화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내가 동방신기에 결정적으로 매력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내 블로그의 글들을 어느 정도 읽어보신 분들은 이미 파악하고 계시겠지만 나는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은 편이며, 내 나라인 대한민국을 좋아하는 만큼 일본을 좋아하기도 한다.  이는 항상 위험한 발언이 될 수 있으니 싫지만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내가 아무리 일본을 좋아해도 나의 영혼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 소속되어 있다는 인식을 스스로에게 가지고 있음을 밝혀두겠다.

일본어의 노래 가사들은 시적인 표현이 아주 많다.  한국의 가사와 비교해서 장단점을 논하고 싶지는 않지만, 일본어의 가사는 똑같은 뜻의 단어를 써도 어휘의 길이가 길다고 할까, 그래서 그런지 일본어의 노래들은 왠지 가사를 들을 때 정신이 없기도 하다.  이는 발라드나 가벼운 R&B 곡들을 들어도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처음에 나 자신도 말이 많은 일본어의 발라드 노래들을 좋아하지 않았던 기억들이 난다.  하지만 일본어를 어느 정도 깨우치고 혼자서 탐구해서 가사의 뜻을 찾아가는 일들을 마치 암호해독처럼 하는 것은, 나에게 무언가 숨겨진 의미를 각고의 노력 끝에 알게 되어버린 듯한 성취감을 마련해 준 적도 있었다.  나는 일본 문화를 좋아한다고 남들에게 종종 말하곤 하지만, 사실 내가 가장 관심 있는 것은 일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외국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모습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이 중에서 여러 가지로 가장 비슷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의 눈으로 바라 본 한국의 모습이 역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그럴까? 나는 일본의 매체들을 찾아서 보거나 읽기도 하고, 듣기도 할 뿐만 아니라 때때로는 양국의 역사문제까지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는 글을 썼다가 뉴라이트라는 기분 나쁜 소리를 들은 적도 있었다.  일단 장단점을 차치하고라도 나의 일본관이 한국에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의 그 것들 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싶다.

일본 노래들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레미오로멘 (レミオロメン) 의 코나유키 (粉雪) 이다.  이 노래의 제목은 지금도 내 블로그 타이틀의 일부로 쓰일 정도로 그 가사의 의미를 알았을 때 받은 감동이 아직도 남아있다.  더군다나 그 노래가 주제곡으로 쓰였던 드라마 1리터의 눈물 (1りっとの涙)는 아직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중 하나이다.  코나유키를 한 때 너무 좋아한 나머지 내가 활동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이곳 저곳에 코나유키와 스프링데일이라는 흔적을 여기저기 남겨 놓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코나유키를 제칠 정도로 좋은 한국 가수들이 부른 일본 노래들을 찾았다.

BoA - 七色の明日 ~ Brand New Beat ~
BoA - Shine We Are
동방신기 - どうして君を好きになってしまったんだろう
동방신기 - Stand by U
동방신기 - Purple Line (일본어 버전)
재중 & 유천 - COLORS ~ Melody and Harmony ~
SE7EN - 光

상기에 열거한 노래들 중에서 Purple Line을 제외한 동방신기 멤버들의 노래들은 모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들이다.  아울러, 한국에서 부른 Mirotic, 오정반합, Don't Say Goodbye, Love in the Ice, 그리고 Hug 처럼 좋은 노래가 아주 많다.  동방신기의 노래들은 대부분 아카펠라가 가능하도록 작곡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 점에서 나는 동방신기라는 위대한 그룹이 '아이돌 그룹' 이라는 묘사 아래 얼마나 저평가되어왔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 수많은 팬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이돌 가수라는 이유로, SM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 외에도 말도 안 되는 여러 가지 이유들로 상당한 안티팬들이 많았다.  그리고 소위 빠순이라고 불리는 개념 없는 광적인 팬들 때문에 동방신기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일까? 나는 동방신기에 대한 논란의 중심에서는 빠져있었고, 정말로 동방신기의 행적에 대해서는 그들의 일본 활동부터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일본 시장에 진출해서 일본어를 배우고, 아직 부족한 일본어로도 방송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그들을 볼 때 무언가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평균 신장 180cm 를 자랑하는 멋진 기럭지로 현란한 라이브 노래와 댄스를 선보일 때면 같은 남자로써 그들이 멋있고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BoA에 이어 최초로 참가하게 된 2008년 홍백가합전, 나는 그들의 멋진 모습에 다시 한번 부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때 즈음 그들은 주문-Mirotic이라는 노래로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나는 마치 아이처럼 그들의 공연 영상을 보면서 안무의 한 가지 동작이라도 따라 해 보고 싶어서 굳은 몸을 흔들어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들의 노래들을 피아노로 치는 것이 전부였다.

일본에서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 올라가고 인기 가수가 되었을 때, 더 좋은 노래들이 나오고 한국에서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서 비난할 거리가 없어진 안티팬들의 숫자마저 줄어들어 대중들에게 저평가 되어있었던 동방신기의 가수, 엔터테이너적 역량이 재조명을 받을 무렵, 그 들은 지금까지도 겪고 있는 커다란 난관을 겪게 된다.  바로 원소속사인 SM 엔터테인먼트와 계약 문제인데 멤버 다섯 명중 세 명과 다른 두 명의 이해 관계가 다른 듯 해서 한국에서의 활동이 앞으로는 없어질 것 같다.  만약 동방신기라는 그룹이 공식적으로 해체될 경우엔 그 들은 아마 솔로로 데뷔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각 개인을 보더라도 훌륭한 솔로가수가 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일 것이라고 관련 지식이 없는 내가 조심스럽게 예측해보지만, 그렇더라도 - 설령 솔로로 성공할 수 있더라도 - 나는 동방신기 멤버 다섯 명이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공연을 보고 싶다.  과거의 아이돌 그룹의 선례를 봐도 그렇다.  나는 HOT의 장우혁과 문희준을 좋아한다.  둘 다 독자적인 팬 층을 확보하고 있기는 HOT 때만큼은 아닐 것이다.  젝스키스 멤버들 중 지금까지 유일하게 대중에게 알려진 멤버는 은지원밖에 없고, 신화도 현재는 소강상태이다. (개인적으로 이민우도 좋아한다)   훌륭한 가수가 되기 위한 자질에는 아마 기본적으로 노래와 춤이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 노래와 춤의 완성도를 이야기하자면,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즉, 궁극적인 수준의 춤과 노래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 예를 들면 동방신기 정도라면 - 솔로로 활동해서도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  나는 동방신기가 해체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동방신기의 춤과 노래는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그저 그런 정도의 실력이 아닌 수준급 실력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의 Avex 쪽과는 아직 계약이 남아있어서, 그 계약이 만료되는 날까지는 일본에서는 계속 5인조로 활동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삐걱거리는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었는데, 대표적인 예가 지난 해 12월 31일에 열린 제 60회 NHK 홍백가합전에서 Stand by U를 부르는데, 창민과 윤호의 모습은 예전에 보이던 그런 얼굴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재중이나 유천이, 준수의 표정이 밝았던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1년 전의 같은 무대에서 그들이 どうして君を好きになってしまったんだろう를 불렀을 때만 해도 그 들은 정말로 단합이 잘 되는 것 같았다.  심지어는 동방신기가 미래에 현재 일본의 국민 그룹으로 인식되고 있는 SMAP같은 그룹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기도 했었다.  그런 동방신기가 이제는 정말로 해체의 수순을 밟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설령 그들이 일본에서만 활동하는 가수가 되더라도, 나는 그들이 다섯 명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 글을 쓰는 나는 남자다.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나 자신이 동방신기의 팬이라고 자칭하는 남자 팬들은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  '아이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대부분 '빠순이'들을 떠올리곤 하는데, 여성 팬들이 아닌 남성 팬들도 전세계에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들을 동방신기는 알까? 지금도 전세계에서 그들의 화려한 안무를 따라 하고 그들의 노래들을 악기로 연주하는 수많은 수의 남성 팬들이 있다는 것을 동방신기는 알까?   분명히 그들은 잘 알 것이다, 국제적인 그룹이 되려면 먼저 국제적인 안목이나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니깐.   그렇다면 나는 그들에게 다시 한번 묻고 싶다.  그런 수 많은 팬들과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들을 뒤로하고 꼭 이렇게 안 좋은 결과로 가는 것을 내버려둘 수 밖에 없느냐고.

끝으로, 동방신기 멤버들의 뜻을 파악하지 못하고 두서없이 함부로 이런 글을 쓰는 것을 다섯 명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하지만, 나는 한 사람의 팬으로써, 제발 동방신기가 해체되지 않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들은 나에게 커다란 프라이드를 심어줄 정도였다.  분명히 나이는 나와 비슷하지만, 나는 그 들을 내 아이돌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으로 알게 된 노래인 Stand by U는 가사 하나하나가 정말 마음에 와 닿을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까지라도 나만의 아이돌이 될 수 있도록, 그러니깐 적어도 내 이기심 때문에라도 동방신기는 제발 해체하지 않기를 관계자 여러분들께 간절히 기원해본다.

원문 주소: http://konayuki.kr/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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